원초적 생명-생성을 위해나의 그림들은 동양의 산수화처럼 여백의 느낌을 주는 배경, 켜켜이 쌓은 산을 닮은 형상,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형상들이 나타나면서 잔잔하거나 꿈틀대는 에너지의 화합과 내면의 심상을 보여준다.나는 물감을 쌓고, 번지기를 기다리며 은은한 색부터 좀 더 강렬한 색채까지 그 자체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파동을 주시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나의 내면에 떠오르는 심상과 느낌에 집중하면서 그러나 캔버스와 물과 물감이 스스로 개입하도록 천천히 시간차를 두고 물감을 쌓아가고 말리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계속되는 작업과정 중에 의도적 조형과 번짐의 우연적 효과가  서로 어우러져  다양한 조형들이 생겨난다.형상의 변화와 다양함은 인간사의 흥망성쇠와 희노애락 또는 자연의 산과 물 같은 것들의 솟아오름과 아래로 흐름 등을 은유하기도 한다. 이것은 외면적 형상이 내면적 형상을 만나는 접점이며 나와 그림의 내적교감이 이루어지는 그림언어의 장이다.나는 그림 앞에서 잠시 생각을 멈춘다. 또한 그림을 보는 이들도 잠시 생각을 멈추길 바란다. 그리하여 각자가 자신의 직관과 감성으로 그림을 마주하면서 자신의 내면의 심상을 비추어보기를 감히 기대한다.